리즈 아티스트 #.06

디렌 리 작가

디렌 리 작가

서서히 잊혀 가는 소중함의 기록들

누구나 가슴속 품고 있던,

'소중함' 한 가지는 있을 테지요.

 

살아가다 보면, 나이를 먹게 되면, 우리가 가치를 두는 대상이 점점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에는 꿈꾸는 세상이나 이상적인, 또는 존경하는 대상에 대한 벅참으로 살아가고 청년 시절을 거쳐 중년기에 접어들게 되면, 그 꿈은 바래지고 현실의 쳇바퀴 속 가장 편안한 안락의자를 얻기 위해 살아간다. 그리고 더 시간이 흘러 인생의 끝자락에 걸터앉아 그동안 걸어온 길을 다시 돌이켜 보면, 이루지 못한 꿈이나 포기한 열정에 대한 아쉬움과 삶에 대한 애착으로 다시 가슴을 부여 쥐게 된다. 모든 이가 똑같은 삶을 살아가진 않지만, 우리의 삶은 잃어버리거나 잊힌 꿈만큼이나 보편적인 아픔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오면서 잊고 놓쳐버린 소중한 가치들을 세상의 한편에서 밝히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팍팍한 삶 속에서도 우리는 영감과 감동을 느끼며 걸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여기, 서서히 잊혀 가는 소중한 세상의 가치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록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DIREN LEE(디렌 리) 작가다. 한 편의 동화 같은 그림 속에 그녀가 기록하는 소중함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을 함께 가져보고자 한다.

 

 

그림은 나의 영감과 경험을 담은,

나만의 이야기.

 

“저의 20대를 돌이켜보면, 제가 하고 싶은 길을 찾기 위한 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7년 동안 디자이너로서 회사생활을 하며 업무적인 성과나 성취도 있었지만, 정작 제 자신을 위한 만족감은 없었거든요.

상업적인 디자인 작업만을 하다 보니, 나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의 수요에만 집중되는 작업에 지쳤던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도 진짜 ‘내 그림’이라는 것을 그리고 싶었죠.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작업에 대한 갈증이 매우 컸습니다.

작가의 길을 걷게 된 후부터는 소소한 작은 것들도 제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 같아요. 늘 지나치던 일상의 단편부터, 사람들과의 대화와 이야기를 통해서도 영감을 얻지요.

그리고 평소에 굉장히 선명한 꿈을 자주 꾸는데, 하루하루 경험한 매일의 영감이 제 마음속에서 소화가 되어 꿈으로 보인다고 생각해요. 제가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로부터 온 영감이, 다시 꿈으로 시각화되고 상징화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그림으로 옮기는 기록.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저의 이야기이고 저의 그림입니다.”

 

변하거나 사라질 수 있는,

변화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다.

 

“저는 개인전을 1년에 한 번 이상은 꾸준히 해오고 있어요. 매번 정해진 주제로 전시를 하는 것이 아닌, 그때그때 변해가는 저의 심상이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하죠.

예를 들어, 개인전 ‘사라지는 것들展’에서 보여드린 작품들은 멸종 위기의 동물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이는 제 자신에 대한 변화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저의 몸과 마음이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느끼고, 그 변화의 찰나에서 사라지고 잊히는 저의 모습을 기록하고 남기고 싶었어요. 그 모습들 중엔 어쩌면 평소 깨닫지 못했던 저의 소중한 모습들이 있을 테니까요.”

 

낙원을찾아서(find the paradise), acrylics on canvas,
1168 x 910mm, 2016

No place to go ll, acrylics on canvas,
970 x 1455mm, 2016

만복1, acrylics on canvas, 379 x 379mm, 2017

오랜만에 사냥에 성공한 북극곰의 얼굴.
사냥감을 다 먹고 난 후의 행복한 표정이
익살스럽기도, 짠하기도 하다.

 

“이러한 감정선에서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표현하는 것은, 변화하고 소중한 것들을 기록하고 추억하기 위한 연장선상입니다. 우리가 자연과 동식물이 사라져 감에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변화를 진심으로 돌아보기에는 어려우니까요.

모든 것이 변화되고 잊히고 난 뒤에 돌아봤을 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가슴에 새길 수 있을까요.”

 

 

"

변화의 찰나에서

사라지고 잊히는 저의 모습을

기록하고 남기고 싶었어요.

그 모습들 중엔 어쩌면

평소 깨닫지 못했던

저의 소중한 모습들이 있을 테니까요.

 

 

Find the paradise ll, acrylics on canvas,
909 x 727mm, 2016

해질녘 둘이서, acrylics on canvas,
1125 x 1125mm, 2016​

OWL IN GOLD, acrylics on canvas,
530 x 455mm, 2016

Memories of a girl, acrylics on canvas,
727 x 606mm, 2016

Wave in gold, acrylics on canvas,
1303 x 970mm, 2016

David Bowie, acrylics on canvas,
530 x 455mm, 2016

Day Dream, acrylic on canvas,
116.8 x 91.0 cm, 2017


작가의 그림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살아있는 생명과 감정을 교류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녀의 영감과 꿈에서만 존재하는 상상 속 동물이나 세계가 아닌, 나 자신이 그녀의 이야기 안에 있거나 또는 이야기가 현실에 존재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디렌 리 작가의 세계는 이처럼 환상적이지만 진실되고, 몽환적이지만 선명하다. 무엇이 그녀의 작품을 이토록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일까.

눈빛, 선명함, 따뜻함 :

위안과 사랑을 전하는

세 가지 키워드.

 

“저는 주로 ‘눈빛’으로 많은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작업할 때도 눈에 많은 부분에 신경을 쓰죠.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눈빛이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다고 믿기에, 제 작품 안에서도 눈빛이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선명함’은 저의 그림 자체가 분명한 표현과 묘사를 통해 완성되는 만큼,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제 작품의 키워드이자 요소입니다. 작품의 느낌이 동화적이고 몽환적이라 할지라도 그 표현만큼은 매우 사실적이죠.”

 

Hug you, acrylics on canvas,
803 x 651mm, 2016

 

‘”따뜻함’은 그림을 그리면서 느끼는 위안이라고 할까요. 작품 속에는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한 오랜 시간과 사투도 있지만, 저는 그림을 그리면서 위안을 받아요. 따뜻한 마음을 제 그림을 통해 스스로 계속 느끼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의 그림을 보는 많은 사람들도 함께 따뜻함과 위안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이 저의 붓 끝에서도 묻어나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도 저의 그림이 많이 따뜻해졌다고 이야기를 해주시니까요. 저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디렌 리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 :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따뜻함을 그리다.

 

“지금까지의 그림들은 슬픈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었어요. 잊히는 소중함에 대한 기록과 아픔, 소중한 생명들이 사라져가는 멸종에 관한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슬플 수밖에 없었던 작품들이었고 그렇게 저의 내면을 표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작에 대한 희망, 행복함, 따뜻한 느낌을 더 많이 담고 싶어요. 제가 그림을 통해 위안 받고 성장하고 사랑을 하는 다양한 감정을 경험했듯, 저의 그림을 보는 많은 분들 또한 더욱 큰 위안과 따뜻한 마음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림으로 기록하는 소중한 것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과 마음으로 전달되어 세상의 한편을 비추는 빛이 되고 크나큰 따뜻함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ARTIST. DIREN LEE

instagram  |  @direnlee
facebook  | facebook.com/direnart


글 / 임효진    사진 /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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