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아름다움과 위안을 전해온 키욜(KI YORE) 이지은 작가님은 2019년 6월 하늘의 별이 되셨습니다.
키욜 작가님은 저희 리즈매거진이 두 번째로 만난 작가님으로서, 많은 용기와 힘을 주시며 문화 예술의 발전과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키욜 작가님이 이어온 예술가로서의 사명과 고민은, 뜻깊은 영감과 행복으로 많은 분들에게 영원히 전해질 것입니다.

리즈 아티스트 #.02

키욜 이지은 작가

이지은 KI YORE 작가

그림, 상처를 꺼내 치유하는 여정

아름다운 동화에도 슬픔이 존재하듯,

그렇기에 더 빛나는

이지은 작가의 세계.

 

어린 시절 인어공주를 통해 꿈처럼 펼쳐지는 바닷속 세상에 가슴 뛰던 시절이 있었다. 또한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이티)’를 통해 지구별 밖에 살아가는 외계인 친구의 고향에 대해 나도 모를 향수를 느끼던 시절도 있었다. 이 세상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닌,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답고 놀라운 것들이 가득 차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세상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고민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Salome, mixed media on kent paper, 2016

 

환상적인 색감과 세밀한 표현들.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속으로 동경해온 다른 차원의 세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소설 속 판타지 세상이든, 영화 속 꿈꾸던 먼 미래의 세상이든, 아니면 아주 오래전 고전 문화와 예술이 꽃피우던 과거 중세 시대이든 말이다. 우리의 삶이 경험할 수 없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과거나 미래의 시공간에 대한 환상. 우리는 이들 세상에 꿈을 투영하며 마치 그런 세상에 살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자의적인 향수를 느끼기도 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오랫동안 글로 그림으로, 영화로 음악으로 다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하며 대중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지은 작가의 그림은 필자에게 그런 추억을 다시 재생시키고 아련한 감정을 전해준, 어린 시절 꿈꾸던 다른 세상에 대한 환상과 두근거림. 그리고 애틋함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작가를 처음 만나기 전, ‘키욜(Ki Yore)’로서의 그녀의 그림을 통해 먼저 알게 되었고 그녀의 작품은 마치 어릴 적 선물 받은 오르골 보석함 속 소중한 그림책을 다시 꺼내본 느낌이었다. 화면 가득 빼곡히 빛나는 섬세한 표현과 동화적인 색감, 작품의 화려함 속에 느껴지는 어쩐지 모를 아픔, 슬픔, 애틋함.

슬픈 동화를 보면, 저 아름다운 세상에도 슬픔이란 것이 존재하고 있음에 마음이 아릿했는데 그녀의 세상에도 아름다움, 환상, 그리고 내면적인 슬픔이 있음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기에 더 마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

 

Coffin, mixed media on kent paper, 2013

Mater dolorosa, mixed media on kent paper, 2016

Parfait Amour, mixed media on kent paper, 2011

Griffin Series(LOVER), mixed media on kent paper, 2014

Eternal Slumber, mixed media on kent paper, 2011

네오 데카당 NEO DECADENT,

새로운 세기를 살아가는

작가 본연의 예술적 감성 계승.

 

“제 그림의 장르는 네오 데카당 NEO DECADENT입니다. 네오 데카당이란 ‘부활, 근대의, 새로움’을 의미하는 접두어인 네오 NEO와 퇴폐주의를 뜻하는 데카당 DECADENT이 조합된 단어입니다.

데카당 DECADENT은 프랑스에서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간 제정 말기의 로마 퇴폐기 문화를 지향하는 세기말적 예술 양식을 일컫는 말인데, 기괴함과 불온함, 관능주의적 성향, 작위적이고 인공적인 스타일의 추구, 극단적으로 세련된 기교, 탐미적 경향성이 데카당의 주요한 특징이죠.

저는 데카당파의 세기말적 감성과 기교적 양식을 계승하고, 새로운 세기를 살아가는 작가의 관점에서 재해석된 네오 데카당이라는 장르의 틀 안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의 뮤즈,

썰매개 '보리'를 통한 자기고백.

 

“제게 그림이란 일종의 자기 고백이에요.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인 썰매개는 저의 내밀한 고백을 대리 표현해주는 페르소나이지요. 십 년 전에 만났던 알래스카 말라뮤트 종의 보리는 당시 외롭고 힘들었던 저의 마음에 선물처럼 찾아왔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보리와의 인연은 짧은 만남으로 끝났지만, 보리에 대한 그리움과 정신적 유대감은 지금까지도 그림으로써 함께하고 있어요. 보리에 대한 그리움은 이상적인 존재로서 형상화되었고, 보리는 저의 뮤즈로서 성스러운 썰매개로 제 그림 속에 영원히 살아가게 될 테지요. 

이처럼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보리가 제 내면의 고백을 표현해주듯, 그림은 저에게 안식처이자 제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고 생각해요. 저는 내폐적인 성격이라 내면에 산재해 있는 무수한 상처를 다른 이들에게 꺼내 보이기 어려웠는데, 그림을 그리며 상징적으로 그것들을 표현함으로써 조금씩 내면의 상처들이 소거됩니다.

이렇듯 그림의 주제는 저의 내면적인 이야기, 자전적인 고백에서부터 인간 본질에 대한 고찰과 신화, 동화의 재해석, 사회적 비판 등 그림으로써 표현되는 이야기는 다양한 것 같습니다.”

 

Meeting Again, mixed media on kent paper, 2010

Stardust, mixed media on kent paper, 2010

Unwithered Child, mixed media on kent paper, 2011

Vestige, mixed media on kent paper, 2010

 

작가의 추억 속 썰매개 보리는,
오랜 시간 그녀의 뮤즈로서 작품으로 승화되었다.

그림은 내게 치유와 소통,

인생을 살아가며 풀어 나가야 하는

영원한 숙제.

 

“저는 유년 시절부터 유난히 말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내폐적이고 홀로 사색하기 좋아하는 저에게 있어 소통이란 건 대단히 복잡다단한 사고 회로를 거쳐야만 하는 행위였습니다. 저는 소통을 하는 것에 대단한 어려움을 느꼈기에, 언어 이외의 다른 대안적 소통 방식이 생기기 전까지는 타인에게 어떠한 내비침도 없이 강한 결계 속에 웅크린 채 고립되고 유폐된 삶을 자처해 왔습니다. 방어적인 제게 살아가는 것은 상처를 받고 어둠을 키우는 일이었지요.

주체할 수 없이 커져버린 내면의 어둠에 완전히 삼켜지는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지금까지 그림을 그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치유와 소통, 그것은 제가 인생을 살아가며 풀어 나가야 하는 영원한 숙제이니까요.”

 

"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지금까지 그림을 그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것은 제가 인생을 살아가며

풀어 나가야 하는 영원한 숙제이니까요.

 

 

이지은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 :

이상향, 그 너머의 향기를 전해주는

예술가의 사명.

 

“저는 ‘예술은 종교다’라고 생각합니다. 형이상학적 개념을 구체적인 형태로 재현해내는 것 자체가 제게 있어서는 마치 종교의식과 같은 성스러운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신이라는 존재를 지각하고 영접하기 위해 종교가 매개 기능을 하듯이, 우리가 추구하는 초형(超形) 적 이상향, 그 너머의 향기를 인간의 의식을 통해 전이시키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성직자와 다를 바 없는 성스러운 직업을 가진 만큼 예술가는 신념과 사명의식을 가지고 자기 작품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RTIST. KI YORE

instagram  |  @ki_yore
facebook  | facebook.com/kiyoreisland
blog  |  blog.naver.com/ki_yore

글 / 임효진    사진 /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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