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아티스트 #.09

권지애 작가

권지애 작가.

노낫네버 NO NOT NEVER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上

권지애 작가와 노낫네버의 시작

평범하면서도 꾸준하게 고민하고 시도해온 고민들이 만들어낸 나의 일.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대단하고 충격적이고 극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어찌 보면 대게 평범한 사건들의 집합체나 연장선상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스스로 무엇을 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인생에 있어 굉장히 힘들고 큰 이슈로 다가오지만, 그저 매끼의 밥을 먹고 소화를 하는 것처럼 묵묵히 별것 아니듯이 해나가야 하는 숙제일지도 모릅니다.

여기 이 고양이를 보세요. 귀엽지만 시니컬한 표정이 조금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편안해 보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슬퍼 보이는 것은 아닌데 막 기쁘지도 않은. 마치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멍하니 일하고 있는 내가 잠깐 기지개를 펴고 따뜻한 핫초코 한 잔에 소소한 미소를 짓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이 고양이를 그린 이의 생각과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일러스트 기반의 1인 창작 브랜드 노낫네버[NO NOT NEVER]를 운영하고 있는 권지애 작가님과의 만남은 이렇게 평범하고 귀엽고 시니컬한 호기심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네가 고양이인지 아니면 나인지. 이 시니컬한 고양이는 귀엽지만 어딘가 익숙한 모습입니다.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디자인 일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마케팅 분야로 전업을 하고 계속 회사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국내의 다양한 마켓 문화를 알게 되었고, 평소 취미를 살려 굿즈를 제작해 직접 마켓에 참여하기도 했던 것이 1인 창업자, 브랜드 디렉터로서 길을 걷게 된 첫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프라인 기반의 다양한 마켓 문화를 접한 이후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 후 직장을 퇴사 후, 망원동에서 소품 숍을 운영하기도 하고 카페도 운영하면서 저만의 일을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습니다.

카페에 있는 시간 동안 여유가 생길 때마다 종종 낙서를 하며 저의 개인 sns 계정에 공유하곤 했는데, 저의 낙서 그림을 보고 우연히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우연한 감사의 기회로 책 작업을 진행하며 일러스트 의뢰를 받아 작업도 하게 되었죠.”


“하지만 의뢰를 받아 작업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저만의 세계, 저만의 일을 성취해 나가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나의 생각과 개성이 담긴 일, 그리고 그것이 일상적으로 소비가 되고 직업으로서 좀 더 인정이 될 수 있는 일을 고민한 끝에 저만의 상업적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평소에 그리던 낙서가 브랜드의 요소들이 되어 시작이 되었습니다. 작가가 나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의 꼬리들이 브랜드를 만드는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평범한 변화와 작은 우연들이 나만의 길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네거티브[Negative]의 요소

'NO NOT NEVER'의 이야기

가장 나다운 것이 뭘까.
부정적인 것이 나쁜 것일까?

행복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삶이 그저 똑같은 일상의 단편일지라도
그대로 충분합니다.

“노낫네버[NO NOT NEVER]가 있기 전, 제가 식물을 소재로 작업했던 [시들지 않는 정원]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었어요. 이후 이것은 개인 작업으로 끝나게 되었지만요.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데 이름을 고민하던 와중, 친구가 이야기를 해준 부분이 있었어요.

이전 시들지 않는 정원 같은 경우도 ‘시들다’도 부정적인 표현이고 ‘않는’이라는 것도 부정적인 표현이니 다음 브랜드 이름을 만들 때에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짓는 것이 어떻냐. 속설로 이름 따라간다 이런 말도 있으니까. 하고요.

하지만 저는 이상할 정도로 계속 부정적인 표현의 단어들만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스스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가장 나다운 것이 무엇일까. 그럼에도 부정적인 이름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를 찾아봤어요. ‘Negative’의 뜻이 있는 요소 No, not, Never가 그것들이었죠.

그래서 당당히 저의 새로운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하자, 이로써 부정적인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 자체를 깨고 싶은 생각이 컸습니다.”

'오늘도 사료뿐이네.'로 불평하는 고양이. 이렇게 귀여운 네거티브가 있을 수 있다니!
같은 시간에 일어나 밥 먹고, 출근길 창밖을 바라보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일하고, 멍하니 있다가 그러다 하루가 끝나면 잠이 들고.

보잘것없다 생각했던 평범하고 지루한 하루가 귀여운 고양이를 통해 관찰하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위안도 됩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비슷하지요. 힘들기도, 지루하기도. 그리고 그 와중에 소소한 여유가 있는 것도.

수많은 걱정들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걱정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지만.

– 노낫네버, 작가 권지애 –

어떤 날은 또, 전혀 울지 않았는데도 한참을 운 것 같이 어깨가 무겁고 정신이 얼얼하다. 부르르 몸을 떨고 나서 ‘뭐- 별 수 없지’ 하고 만다. 후련해진 후에야 역시 울었던 걸까? 하고 생각했다.

– 노낫네버, 작가 권지애 –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어.
아니면 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모두에게 목적지가 주어진 건 아니야.

아무 의미 없는 것들로만 채워진 삶도 있거든.

– 노낫네버, 작가 권지애 –

“제가 존경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에요. 그가 예술가로서 인정받는 완전한 형태의 삶을 살았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연민과 자기혐오 속에 갇혀 있던 모습이 누구나 사람이면 저런 마음을 가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어요.

그간 제 스스로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느낄 수 있다는 감정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위안이 되었던 것이지요.

자기 연민적인, 자기 파괴적인 문학과 그림들이 그런 감정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왜 꼭 행복해져야 하죠?
전 별로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데요.’

영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어요. 웃지 않고 걸어가는 한 여성을 보고 누군가  ‘웃어야 행복하다.’라고 말을 해요. 그리고 그 여성이 ‘왜 꼭 행복해져야 하죠? 전 별로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데요.’
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의 짧은, 지나칠 수 있는 대사였지만 저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이었지요.

저는 그 이전까지 행복하고 싶어, 어떡하면 행복해질까에 대한 질문에 집착하고 집중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었거든요. 저는 기질적으로 스스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던 거지요. 그런데 주변 환경과 세상으로부터 그런 가치를 강요받아온 거짓된 행복에 집착을 했던 것입니다.”


“삶이 누구에게나 그렇듯,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삶이 없는데 무조건 긍정적으로, 자기개발적으로, 행복해야 해 하는 이야기들이 사실은 위로가 되지 않고 또 하나의 강요를 만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하지 않은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행복하지 않은 삶도 그대로 존중 받고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이니까요.”


 

고양이의 글루미한 하루를 그린 [고양이의 파란 하루], 고양이의 책 활용법 13가지를 담은 [책의 시간]

실수와 실패가 괴롭나요? 고양이는 양말 신기조차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귀엽습니다. 매일 실패하면 뭐- 어때요-

– 노낫네버, 작가 권지애 –

고양이의 글루미한 하루에는 사소한 실수와 작은 좌절이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론 이런 작은 것들일 수 있습니다.

앗, 나도 평소에 저런 실수 많이 하는데?

“제 그림 속 고양이의 모습들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소소한 좌절이라던가 실수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멀리서 보면 그저 작은 이슈들일 수 있는데 그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상황들의 그림이 누군가에게는 재미있고 귀엽게, 또 누군가에게는 고양이의 실수가 나와 같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작은 위안으로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노낫네버의 블루 Blue

파랗고 기쁘다가도
슬프고 우울하기도 한 블루.
무엇이든지 괜찮아.

노낫네버의 브랜드 컬러 중 블루&화이트가 유독 돋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공감각을 주는 색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빨강은 열정이고 따뜻함이다.’라는 특정 이미지를 씌우는 것을요.

하지만 파란색 같은 경우는 오랜 시간 동안, 보는 이로 하여금 의미가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어요. 국내에서는 ‘파랗다’라는 이미지가 파란 나라, 희망에 찬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되어 왔지만 외국 같은 경우에는 ‘블루[BLUE]’라는 단어 자체가 우울함을 뜻하거든요. 블루가 자연의 색상이 아니기 때문에 로열 블루라고 해서 그 블루를 하나의 인공적인 희소한 색상으로 귀하게 여기기도 하고요.

인공의 색도, 자연의 색도 아닌 색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할까요. 저의 브랜드 노낫네버의 의미와 마찬가지로 슬프고 부정적인 것이 나쁜 것이 아니듯이, 파란색을 보았을 때 어떤 분은 슬프기도 기쁘기도 한 다양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노낫네버의 그림 속 고양이가 누군가에게는 슬픈 고양이, 누군가에게는 귀엽고 밝은 고양이 등 사람마다 다변화되게 해석이 될 수 있는 만큼, 노낫네버에서의 ‘파란색’도 그 연장선상입니다.”

 


“저는 과거에도 채색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예전에는 블랙 앤 화이트 위주로 그림을 그렸었어요. 블랙만이 색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지요. 하지만 여백을 채우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공간을 채우는 색상(화이트)라고 인지하게 된 순간부터 색상에 대한 확장된 사고를 갖게 되었습니다.

노낫네버에서의 ‘화이트’ 또한 공간을 채움으로써, 또는 제 브랜드의 주체가 되기도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

노낫네버의 코발트블루는 굉장히 채도가 높은 밝은 색상이지만, 한편으로는 더 어둡고 이질적일 수 있는 색상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매력이지요. 평범한 우리의 감정도 코발트블루처럼 밝고 어두운,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색으로 채워져 있으니까요.

리즈 아티스트 #.09  권지애 작가 다음 편은
[ 노낫네버,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下 ] 에서 이어집니다.

ARTIST / BRAND   노낫네버 NO NOT NEVER

instagram  |  @nonot_never​
twitter  |  @nonot_never
website  |  nnn.onl

사진 / 글 / 구성   리즈매거진 콘텐츠 팀
그림 / 작가 권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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