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아티스트 #.08

박 연 작가

애니메이터와 작가로 활동 중인 박연 작가의 모습

0.500, 0과 1사이의

감정의 기록들

기쁘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따뜻한

0.500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아침이 밝아오기 직전의 어스름하게 밝아오는 연보라색의 새벽, 높이 떠있던 태양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어둠의 양탄자를 끌고 오는 노을이 지는 시간.

이처럼 일상은 낮과 밤, 시작과 끝이라는 양 끝의 접점에서 0.500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0도 아닌, 1도 아닌 그 중간 길목의 0.500의 시간.

 


 

“제가 사용하는 sns 아이디가 ‘0.500’인 이유는 작가로서 표현하는 제 그림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주는 숫자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제 내면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 0과 1이라는 단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기쁘다, 슬프다, 이런 단적인 감정보다는 기쁘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따뜻한 중성적인 감정이랄까요.

예전에 좋은 기분으로 한강에 갔다가 어느 구석에 한 할머니께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고 계신 모습을 마주친 적이 있어요.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상황이실까, 하며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똑같은 날, 똑같은 장소인 한강에서 저에게는 기분 좋은 평범했던 그날이, 그때 마주친 할머니에게는 엄청 절박하고 슬픔을 느낀 시간이었으니까요.

그 순간은 정말 미묘한 감정, ‘이상하다’라고 느끼는 감정. 그리고 그런 중성적인 이미지의 감정이 영감이 되고, 제 그림의 핵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강을 거닐던 어느 날, 박연 작가의 시야에 들어온 어느 할머니의 모습을 기록한 그림. 따뜻함, 연민, 슬픔이라는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었던 작가의 기억입니다.

기쁘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따뜻한
중성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박연 작가의 세계는,
복잡 미묘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마음과 닮아있습니다.

그림은 감정을 기록하며 해소하는

도화지 위 일기장.

“감정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듯이, 글이나 그림에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제 그림에는 자연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종종 담겨있기도 한데,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았었거든요. 시골에는 주변에 또래 친구나 아이들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였던 시간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러니 자연과 어울리며 느껴지는 감정을 벗 삼아 그림으로 표현했던 것이 어린 제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놀이였습니다.

그림으로 제 감정을 기록하는 습관도 이때부터 였고요.”

자연과 함께 살았던 어린 시절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박연 작가의 그림들. 지금은 도시에서 살아가지만, 자연과 함께했던 추억은 도화지 위에 영원히 기록됩니다.

“감정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것은, 그림으로 제 감정을 해소하는 것과 같은 의미예요.

각기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과 방법이 다르듯이, 저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또 하나의 감정 표현인 것이죠.

기록하고 싶은 감정의 순간을 한 장의 그림으로 그려내는 일은 쉽지만은 않아요. 완성까지 고된 집중력을 필요로 하거든요. 어떤 그림은 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4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완성되는 그림도 있습니다. 기억과 감정의 디테일에 따라 해소되는 시간도 달라집니다.”

감정은 환경의 영향을 받듯, 작가의 슬프거나 우울한 감정은 그대로 그림으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의 변주가 도화지 위 기록을 통해 해소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 정리도 되고 무엇보다 제 손끝에서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 저의 감정도 함께 해소가 되기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저에게는 그저 소중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감정의 일기처럼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작가의 그림일기는 한 장 한 장 그의 삶의 속도와 함께 천천히 쌓여갑니다.

“저의 내면의 일기, 글로 표현되지 못하는 저만의 일기일 뿐인 그림들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빛에 투과되는 감정의 유리 색

태양의 색은 정열과 뜨거움, 작열하는 붉은 기운의 존재이지만 그 태양의 빛이 투과된 색유리의 그림자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만물의 색을 은은하게 흩뿌린다는 것을.

세상의 모습은 한 가지 색으로 보여줄 수 없는 혼연한 감각의 집합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박연 작가가 기록하는 다양한 감정과 일상과 세상의 풍경 또한 그의 내면에서 비롯된, 세상에 없는 0.500의 빛으로 재창조됩니다.

 


“‘빛’이라는 것은, 많은 내면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에요. 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자연의 도구이지요.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서는 일상적인 빛을 특별하게 사용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상적인 빛을 잘 사용하지 않고 저만의 빛을 표현하려고 연구합니다. 빛을 어떤 시각으로 풀어나갈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그림은 제 감정을 해소하기에 그대로 보이는 빛이 아닌, 내면의 빛을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저만의 빛이 의도적으로 변형되고 표현되는 것이죠.”



“매번 그림마다 특유의 빛을 다양하게 써보자, 하는 목표로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빛을 표현할 때도 특정 방향이나 의도가 보이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중성적인 이미지. 따뜻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이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저의 내면이고 그림의 본질이며, 빛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즈 아티스트 #.08  박연 작가’ 다음 편은
[ 0.500, 0과 1사이의 감정의 기록들 下 ] 에서 이어집니다.

ARTIST. PARK YEON

instagram  |  @0.500

사진 / 글 / 구성   리즈매거진 콘텐츠 팀
그림 / 작가 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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