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아티스트 #.08

박 연 작가

작업실 한편에 걸려있는 박연 작가의 그림.

0.500, 0과 1사이의

감정의 기록들 下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의 기록,

개인을 넘어 사회의 가치가 되는 시선.

우리는 예술가의 역할이 작품을 보는 이로 하여금 감성적 감화를 일으키고, 개인의 문화적 소비와 충만함을 부여하는 데에만 그친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술가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공적인 공감과 가치를 그 누구보다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어려운 생명을 구하고 돕는 데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예술가의 펜 끝은 그런 동기부여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하기도 합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박연 작가가 함께한 유기 동물을 위한 프로젝트,
<삶을 바꾸는 열두 달>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박연 작가의 그림으로 채워진 1년 365일이 기록된 달력은 가여운 생명을 바라보는 작가의 연민과 따뜻한 마음이 담겨, 선한 영향력으로 전달되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카라의 대표인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박연 작가의 시골 고향이 배경인 만큼, 우연인지 운명과 같은 인연으로 자연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전하게 되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함께한 유기 동물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 달력 <삶을 바꾸는 열두 달>
개개인의 작은 후원이 모여 어느 가여운 생명들의 삶을 바꾸는 커다란 씨앗이 되었을 것입니다.
박연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친숙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동물을 바라보고 기록했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다 보니까 동물을 자주 접했어요. 그래서 동물에 대한 친근한 감정이 익숙합니다.

작고 여리기만 했던 아기 강아지가 시간이 흘러 어미가 되고, 자신의 강아지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모습을 보며 뭉클했어요. 그리고 사람도 동물을 통해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껴왔습니다.

저의 재능이 유기 동물과 같은 가여운 생명에게 작은 도움과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좋은 마음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좋은 결과로 이어져 개인적으로 굉장히 뿌듯했던 작업이었습니다.”

그림 작가와 애니메이터로서의

같지만 다른 기록들.

“한 장의 캔버스, 또는 도화지에 그리는 그림 같은 경우는 상황과 시간이 멈춰져 있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자유롭게 상상하거나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그림은 직관적인 전달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누군가가 해석해 주지 않으면 그림의 의도와 감성을 짧은 찰나에 지나칠 수도 있다는 점도 있고요.

하지만 그림 하나만으로도 벅찬 감정을 느끼거나 설명할 수 없는 해석과 상상의 확장이 있기에 제가 그림을 계속 그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래서 상업적인 그림이나 외주 업무는 디지털 작업을 하지만, 나만의 내면을 표현하고 감정을 해소하는 그림은 수채화와 색연필인 수제 도구로 그려나갑니다.

제게 훨씬 더 자연스럽고 편안한 도구이기도 하고,  저의 다양한 감정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데 바로바로 옮길 수 있어야 하기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정적인 도구가 감정을 해소시키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할까요.”

정적인 도구인 색연필과 수채화는 작가의 다양한 감정을 기록하고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애니메이션은 영상물이다 보니, 그림과 달리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독이 상상했던 세계를 친절하게 보여준다는 특징이 있어요. 물론 영상도 제작 의도에 따라 추상적인 구성이나 서사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제가 추구하는 영상은 ‘추상적’이거나 ‘예술적’인 것보다 많은 이들이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너무 예술에만 치중되어 있는 것이 아닌,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는 편안한 언어로 다가가는 것.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애니메이터가 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합니다.

소통이 안되면 창작자로서 외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훗날 장편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게 되는 날이 온다면, 모든 연령대가 즐겁게 공감하고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나이와 성별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잭 위에서>, 박연 감독
<어나더>, 박연 감독
싱어송라이터 ‘가호’의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부분의 한 장면. 박연 작가는 애니메이터로서의 성장을 위한 경험과 작업을 쌓아 올립니다.

팬시차일드(FANXY CHILD) – Y 의 뮤직비디오 ‘페노메코’ 파트의 애니메이션 부분을 제작한 박연 작가.

박연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 :

쉬운 길과 타협하기보다는,

꿈을 갖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

그림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좋아했고, 그려왔어요. 하지만 10대 어린 시절에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을 주변에 말을 못 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과 부모님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기대하는 일은 다를 수도 있었으니까요. 괜히 어린 마음에 부끄럽고 쑥스러워서였던 것 같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은 정말 시골이었거든요. 미술로 진로를 정했지만 주변에 입시 학원이 없었기 때문에 학원 홈페이지에 있는 그림을 따라 그리며 그 시간을 견뎠습니다.

그 후 예고 진학 후에는 좋은 운으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인 SICAF(시카프)와 PISAF(피사프)에서 대상 두 개를 입상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애니메이션을 전공으로 대학까지 진학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대학 생활이 끝나갈 무렵, 학교 수업에 점점 흥미를 잃어갔고 좀 더 빠른 취업을 위해 지금의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게 되었습니다.

취업을 할 때도 유명 게임회사나 연봉, 유명세보다는 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회사에 취업한 이유도 꾸준히 이 길을 가고 싶어서였기 때문입니다.

오래전 애니메이터로서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꿈이었고, 그 경험을 쌓고 배울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한 것이 이유겠지요.

굳이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리고 그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림을 좋아한다는 말을 선뜻 못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게 된다면 좋은 기회는 꼭 온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좋은 인연들을 만나게 되고, 훗날 애니메이터로서 또는 감독으로서 좋은 장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요즘은 제 개인으로 성공하기보다는, 협업을 통해 하나의 팀으로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할까요. 개인 아이디어로 시작한 일이 결국 팀이 되고 함께 성공하는 것처럼, 마음 맞는 동료를 찾는 것도 지금 아티스트로서 경험하고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고 그 길을 가고 싶다면, 오로지 쉬운 길과 타협하기 보다 꾸준히 공부하고 버티고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혼자이기보다는 좋은 인연들과 함께 그 꿈을 이뤄나가고 싶습니다.”

 


리즈 아티스트 #.08  박연 작가
[ 0.500, 0과 1사이의 감정의 기록들 ] 끝.

ARTIST. PARK YEON

instagram  |  @0.500

사진 / 글 / 구성   리즈매거진 콘텐츠 팀
그림 / 작가 박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영리를 목적으로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를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등에 게재시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Copyright © LYS MAGAZINE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