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시선'

개발자의 취미

사진을 찍으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개발자의 취미,

카메라를 통해 발견한 일상.

 

저는 개발자입니다. 이제 어느덧 8년차가 되어가네요. 저는 반나절, 혹은 그 이상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와 씨름합니다. 사람과 마주하는 시간보다 컴퓨터와 마주하는 시간이 더 길어요.

제 일은 주로 문제 해결입니다. 현실과 컴퓨터 세상의 크고 작은 문제를 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합니다.

6년차 쯤이던가 문득, 제 자신이 점점 컴퓨터처럼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보다 컴퓨터와 더 대화를 많이 했으니 그럴만 합니다.

공감보다는 이해를, 감정보다는 이성과 논리를, 상대방의 감정보다는 주변 상황과 문제 파악을 우선시 했습니다. 우선시 되는 목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내팽겨쳐놨었던 것 같네요. 심지어 제 자신까지 내팽겨쳤던 적이 있었습니다.

감정과 자아가 메말라가는 느낌이 싫어서 취미를 하나 가져볼까 했습니다. 독서나 운동 모임도 나가보고, 피아노 학원도 다녀봤지만 저랑 맞지 않았어요.

기계와 장비를 좋아하는 저로썬 “사진”이 취미로 제격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카메라를 구입했습니다.

 

Canon EOS M6 & EOS-M 15-45mm

옛날엔 사진찍는 걸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셀카는 물론, 남들이 사진 찍어달라는 것도 모두 거부했어요. 그런걸 왜찍냐라는 마음으로요. 오글거리기도 하고요.

나름 큰맘먹고 시작한 취미라 마음을 새롭게 잡았습니다. 책으로 배울 수 있는 카메라 지식들을 빠르게 공부하고, 무작정 출사를 나갔습니다.

 

 

북촌 밤거리

 

겨울밤 북촌 거리로 첫 출사를 나갔습니다. 부끄러운 실력으로 마음껏 사진을 찍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니 신기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겨있더라구요.

한 겨울이라 추웠고, 늦은 밤이라 거리에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일들이 잘 안풀리던 때라, 우울했던 시기였죠.

거리가 쓸쓸해 제가 쓸쓸해진건지, 제가 쓸쓸해 쓸쓸한 거리만 담은건진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건, 그때 찍은 사진들에는 제 감정이 묻어있었습니다.

 

망원 엔트러사이트 - Canon EOS M6 & EF 50mm f/1.8
망원 엔트러사이트 - Canon EOS M6 & EF 50mm f/1.8

 

내가 바라보는 것에 내 감정 담겨있을 수 있다니 신났습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거든요.

그간 좁아져왔던 시야가 점점 트였습니다. 올려다보지 않았던 하늘, 자주 다녔던 길거리,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가로등 불빛에도 제 감정을 묻힐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제 주변의 모든 것들을 세심하고 깊게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을 위해서, 그리고 제 감정을 위해서.

그럴수록 제 자신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더군요.

 

부암동 골목 – Canon EOS M6 & EF 50mm f/1.8

타인을 자세하게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이해보다는, 타인의 관점에서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순간적인 표정, 목소리의 높낮음과 떨림, 눈빛, 심지어는 뒷모습에서도 감정이 느껴집니다.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단걸 이때 처음 깨달은 것 같아요.

타인을 관찰할 수록 제 자신이 점점 또렷해져 갔습니다.

 

후쿠오카 - Canon EOS M6 & EF-M 15-45mm f/3.5-6.3


“사소하고 익숙한 것, 지나가는 사람들, 소중한 지인들을 관찰하고 사진으로 남깁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저를 찾습니다. 저의 시선이 담긴 사진들에는 모두 제 자신이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그 순간의 피사체와 함께 제 자신도 사진에 담기게 됩니다.”



오키나와 달과 구름 - Sony RX100M6

 

별 생각 없이 사진을 취미로 시작했습니다. 카메라를 산지 이제 1년 반이 넘었네요. 운이 좋게 사진과 감정, 그리고 나의 관계를 일찍 발견했고, 이것에 매료됐습니다.

이제 사진은 제게 취미를 넘어선 특별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가끔 제 스스로가 궁금해질때면 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나가요. 그럼 제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제주도 돌담 - Canon EOS M6 & EF-S 18-135mm f/3.5-5.6

 

사진은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관찰은 시각과 시선에서 시작되고요. 그리고 시각의 주체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사진을 통해 피사체와 관계를 맺죠.

이 관계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상호작용 관계입니다. 이 관계에서 서로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발견을 위해 저는 계속 사진을 찍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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